목자의 시

    아직 꽃이 아니어도
    2026-10-16 10:04:11
    조현호
    조회수   8

    내리는 작은 눈방울 하나가

    천둥처럼 들리고

    그 작은 흔들림 하나가

    큰 군대처럼 보일 때

    기다림이

    그만큼 깊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겨울을 두껍게 껴입은 채

    나무의 성벽을 비집고

    고개 내민 작은 잎새 하나

    그 가녀린 몸 안에

    얼마나 많은 봄이 갇혀 있었기에

    저토록 아프게

    세상을 밀어 올려야 했을까

     

    지난 여름

    뜨거운 햇살 아래서도

    끝내 마르지 못하고 떨어지던

    빛의 방울들

    어쩌면 그것은 간절함이 흘린

    마지막 눈물이 아니었을까

     

    채찍에 맞은 듯 푸르게 질려

    갈라지고 찢기고 구멍 난 작은 잎새가

    그래도 끝내

    나뭇가지를 놓지 못하는 것은

     

    가장 아름다운 것이란

    끝내 꽃을 피우는 일이 아니라

    꽃을 피우지 못할 계절에도

    소망의 빛깔로 물들어 가는 것이

    아니었을까

     

    주님

    이 이 떨림을 이 소리를

    듣고 계시지요

     

    댓글

    댓글쓰기 권한이 없습니다.
    번호 제목 작성자 등록일 조회수 첨부 파일
    190 아직 꽃이 아니어도 조현호 2026-10-16 8
    189 사라지지 않는 것 조현호 2026-09-18 77
    188 하늘의 언어로 조현호 2026-08-13 132
    187 왜 성령인가 조현호 2026-07-03 157
    186 잔향 조현호 2026-07-03 157
    185 프리지아 조현호 2026-04-08 256
    184 목련의 고백(부활시) 조현호 2026-04-08 251
    183 내 생각보다 깊은 생각 조현호 2026-04-08 242
    182 진통으로 온다 조현호 2026-04-08 220
    181 경건 권순호 2025-12-05 349
    180 감사 권순호 2025-10-31 413
    179 나의 강단 권순호 2025-10-10 415
    178 소망 권순호 2025-09-05 449
    177 시선 권순호 2025-08-13 401
    176 시는 권순호 2025-08-08 393
    1 2 3 4 5 6 7 8 9 10 ...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