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자의 시
잔향
2026-07-03 11:12:03
조현호
조회수 9
어릴적 집 안에는
늘 같은 소리가 있었다
아침보다 먼저 일어난
낮은 기도의 숨결과
하루의 끝을 붙드는
성경책 넘기는 소리
그때는 몰랐다
그것이 우리 집의 공기였다는 것을
말은 사라졌지만
부모의 삶은 남아있다
등을 보이며 드리던 기도
조용히 무릎 꿇던 밤들
아무도 보지 않는 자리에서
하나님을 먼저 두던 선택들
그 모든 것이
말보다 깊게
이 안에 스며 있었다
세상이 흔들어 댈 때
이유 없이 멈추게 하는 힘
아무도 가르치지 않았는데
다시 고개 숙이게 하는 기억
그것이
부모의 잔향이었다
향기는 붙잡을 수 없지만
분명히 존재하듯
그들의 신앙은
지금의 삶의 방향이 되었다
이제 압니다
자녀는 부모의 말을 기억하기보다
부모의 흔적 속에서 살아간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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