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자의 시

    진통으로 온다
    2026-04-08 16:11:57
    조현호
    조회수   221

    겨울 땅속에서는

    씨앗들이 어둠 속에서

    작은 균열을 의논한다

    “이제 밀고 나가야 하지 않겠니”

     

    싹은

    껍질을 찢는 소리를 낸다

    그 소리는

    눈에 들리지 않지만

    흙은 안다

    얼음도 안다

    봄은 꽃으로 오지 않는다

    먼저

    갈라짐으로 온다

    깨짐으로 온다

     

    삶이 갈라지는 순간이

    끝이 아니라

    시작의 산통이라는 것을

    눈물이 고이는 자리가

    패배가 아니라

    움트는 자리라는 것을

     

    오늘

    내 마음 어딘가가

    이유 없이 아프다면

    아직 겨울이 덜 가서가 아니라

    어쩌면

    봄이 오기 때문일지 모른다

    봄은 언제나

    꽃보다 먼저

    진통으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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