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자의 시

    나의 강단
    2025-10-10 14:12:41
    권순호
    조회수   21

    오래전부터
    나의 강단은 이미
    소나무 향기로 물들여 놓았다
    그 몸에서 흐르는
    끊임없는 송진의 눈물을 보면서
    생명을 낳느라 진통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른 아침에
    소나무 주변에서 청버섯을 따면서
    오늘 소나무가 밤새 힘들어 하다가
    아침에 청버섯을 낳았다고 생각했고
    소나무 가지 위에 비둘기 알을 꺼내면서
    소나무가 주는 열매라고 생각했다
    명절이 다가오면
    솔잎은 따서 큰 솥에 이불처럼 깔아 놓아
    송편을 그 위에 앉게 하고
    행복을 만드는 향을 깔아 놓았다고
    웃음을 만드는 복을 깔아 놓았다고 생각했다
    소나무의 눈물인 송진을 긁어
    소나무 껍데기로 깎아 만든
    손바닥 길이만 한 조각배 뒤에 바르고
    그 송진이 녹으면서
    그래도 앞으로 미래로 가는 그 힘에
    보기만 해도 행복한 묵상이었다
    흔들리기는 해도
    쓰러지지 않는 저력
    세상이 변하고 계절이 바뀌어도
    색깔 바꾸지 않는 경건
    태풍이 수십 번 몰아닥쳐도
    그 자리에서 나를 버티게 해 준
    슬프고도 깊은 사랑
    그분의 마음을 느끼게 해 준
    내 마음의 강단으로
    소나무는 변함없이 버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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