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자의 에세이
이 가을 떨어지는 용기를 볼 수 있어서 감사하다. 나무 위에 걸쳐 있는 든든한 손잡이도 뿌린 친 채, 자기 색깔, 자기주장, 용모에 더 이상 취거나 감상하지 않은 채 자기의 때를 알아 떨어지는 용기를 감동한다. 누구나 자아 망각을 하여 자신의 자태와 소리를 보지도 못하고 듣지도 못하는 경우가 많거늘, 때를 자각하고 떨어져 주는 모습이 아름답다. 짖게 물든 화장을 할 때보다 푸르름의 청춘을 자랑할 때보다 그래서 싱싱함을 자랑할 때보다 떨어지는 깊이와 절제가 그렇게 아름답게 파고들어 옴이 내게 감동인 것을 어찌하랴!
피어날 때보다 화려할 때보다 향기 날 때보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드러날 때보다 내려올 때가 아름다운 것은 "비워진 향기"라 할까. 주님이 십자가에서 하늘 보좌 버리고 자기를 낮춘 "내려옴의 향기"라 할까. 바울이 종의 형체를 가지고 내려오신 부활의 주님을 만나고 자신을 완전히 비우고 심판의 자리에서 사람을 보았던 그 자리에서 내려온 전인적인 향기라 할까. 그의 학벌도 가문도 신분도 지식도 교만도 가진 것도 배설물처럼 버리고 내려왔다고 말하는 그 비움의 향기, 보이지 않은 현실 천국을 채우고, 보이는 꿈인 지상을 버린 결단이라 할까.
요즘 내려갈 준비 하고 살 수 있어서, 그런 시간이 내게도 주어졌다는 은총이 끝없이 감사한 것은 이 때문일까.
감사절은 내려와서 버리고 얻는 것이다. 욕심을 내리고 욕망을 내리고 물질을 내리고 세속을 붙든 사랑을 내리고, 스스로 내려 오셔서 당신의 버림과 죽음으로 부활과 천국을 주신 주님을 채우고 천국을 채우는 날이기에 내려와서 얻는 것이
더 큰 날이다.
비우는 용기, 내려오는 용기, 떨어지는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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